육·해·공·해병대 모두 드론 운용… 정찰·감시 등 비전투분야에 집중한국 기술수준, '드론 선진국' 대비 70%… 탄두 관련 필수적 기술 부족공격형 드론 자체개발, 전자전 수행 능력 확보가 관건… 안티드론도 주목
  • ▲ 육군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장병들이 지난달 13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정찰드론을 결합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 육군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장병들이 지난달 13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정찰드론을 결합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1세기 전 개발돼 현대전과 미래 전장에서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까지. 드론(Drone)이 어느새 군사영역에서 '손꼽히는 무기'가 됐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핵이나 미사일보다 개발 비용이 저렴하고, 전장에서 사용할 때 부담도 적을 뿐더러, 상황에 따라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한 마디로 드론은 효율적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을 비롯,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나라와 나라, 세력과 세력 간의 싸움에서 드론은 크고 작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정보전이 필수인 현대전에서 기본적인 정찰·감시 임무는 물론, 최근에는 자폭이나 요인 암살 등 다양한 작전에 투입돼 인간 대신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드론이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군의 실전적 드론 전력은 올 초 경기도 파주 무건리훈련장에서 시행된 한미연합훈련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육군 아미타이거(Army Tiger) 시범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스트라이커여단이 함께한 첫 연합훈련에서 드론은 척후병 역할을 맡았다. 직접적인 전투에 앞서 드론이 적 진지와 주변지역 등을 대상으로 정찰·수색을 실시하고, 이 영상정보가 지휘소에 실시간으로 전달되면 이를 토대로 전략을 세워 장갑차 포사격 또는 적 진지를 점령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적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인간 대신 정보를 수집하고, 동시에 아군 생존률도 높이는 육군의 차세대 모델인 '아미타이거'에 드론은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육군뿐만 아니라 해군과 공군, 해병대에서도 드론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공군의 조류 퇴치용 소형급 무인항공기, 해군의 해안정찰 지원용 드론, 해병대의 해안경계용 드론 등이 그렇다. 하지만 정찰과 감시 등 비전투분야에서만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군은 2020년 12월 다츠·유멕에어·LIG넥스원 등 민간기업에서 개발한 공격형 드론(소총 사격 드론 등)을 도입해 전방부대에 배치한 상태이지만,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해 발사하는 선진국들의 그것들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 군 공격형 드론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

    전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격형 드론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실전 운용에 들어가 주목을 받고 있는 자폭드론 '로템-L'도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에서 개발했다. 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폭형 무인기 '하피' 역시 10여 년 전 이스라엘에서 도입했다.

    이유는 역시 기술 개발의 부족이다. 특히 공격형 드론에 필수적인 탄두 관련 기술이 뒤처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의 드론 기술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미래국방2030 기술전략 - 국방드론'에 따르면, 세계 최고 기술수준 대비 회전익 드론의 국내 기술수준은 67.2%였다. 고정익 드론은 71.7%, 생체모방 드론은 71.3%로 조사됐다. 2~5년 정도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이다.
  • ▲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에서 생산한 자폭 드론 '로템-L' ⓒIAI 유튜브
    ▲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에서 생산한 자폭 드론 '로템-L' ⓒIAI 유튜브
    미국·중국 등, 다양한 종류 공격형 드론 개발해 실전 투입

    전 세계에서 드론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이스라엘·터키 등에서는 이미 다양한 종류의 공격형 드론 개발을 완료해 실전에 투입하고 있으며, 그 효용성도 입증했다. 미군의 MQ-9 '리퍼'나 이스라엘의 'SkyStriker', 터키의 '바이락타르 TB-2'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드론 선진국들은 드론을 군집화해 실전에 투입하는 움직임도 보이는 등 작전 수행을 위해 드론 기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또한 공통화·모듈화 등을 적용해 공격용·정찰용·지원용 등 필요에 따라 용도를 변경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드론도 있다.

    드론 소형화 추세에 따라 생체모방 형태인 새나 곤충 등의 형태를 한 드론들도 존재한다. 잠자리·박쥐·나비 등 다양한 형상으로 개발돼 있다. 정보 수집 등의 목적을 위해 일종의 '위장' 작전을 쓰는 것인데, 최근 중국에서 출발해 미국 본토까지 잠입한 열기구 형태의 '정찰풍선'과 비슷한 개념이다. 

    참고로 CNN에 따르면, 중국은 다양한 모델의 정찰풍선을 수년간 5개 대륙 40개국 이상에 보내 최소 24건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군, 北 무인기 요격 실패에 "드론부대 조기 창설"

    지난해 12월26일 북한의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상공을 침범했다. 북 무인기들이 무려 5시간을 활공하면서 각종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우리 군의 대응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F-15K, KF-16 등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를 투입해 요격작전에 나섰는데, 실패한 것이다. 코브라 공격헬기는 20mm 기관포 100여 발을 발사하기까지 했으나 맞지 않았다. 오히려 KA-1 경공격기 1대가 이륙 중 추락하면서 손실만 입었다.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군의 대응이 정치문제로 비화해 국가적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다.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종섭 국방부장관 등을 비롯한 군 수뇌부를 크게 질책하자, 합동참모본부는 곧장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합참은 성명에서 "다양한 능력의 드론부대를 조기 창설하겠다"며 "적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찰하고, 물리적·비물리적 타격자산과 스텔스 무인기 등을 확보해 통합운용함으로써 작전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대안을 밝혔다.

    또한 합참은 "기존의 드론봇전투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적·작전적 수준에서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 전쟁 양상 등을 반영해 창설할 것"이라며 "작전 운영 개념, 지휘구조, 편성,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계획해 추진하겠다. 드론부대는 육군 지작사(지방작전사령부) 차원을 넘어 모든 영역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절치부심한 군의 이날 성명은 기존 정찰·감시에 국한됐던 현 드론 체제를 벗어나 더욱 다양하고 '작전적인' 운용을 시사한다. 이러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군은 현재 드론사령부 창설을 준비하고 있다. 육군에 치중돼 있는 드론 작전을 해군과 공군, 해병대로 확대하면서 '합동성 강화'를 실현할 계획이다.

    서일수 아세아무인항공교육원장은 "앞으로의 드론 작전은 '합동' 개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육군 위주로 드론이 활용되고 있는데, 드론사령부가 창설되면 육·해·공·해병대가 합동작전을 수행하면서 전 군의 드론 전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드론의 전술적 운용 개념에서는 이전까지 육군 제대별로 하던 것을, 앞으로 합동작전사령부가 창설되면 합참 차원에서 전체를 통제하는 개념으로 큰 그림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과 함께 안티드론도 1 대 1로 대응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암살드론으로 불리는 미군의 MQ-9 리퍼. ⓒ美 인도태평양사령부
    ▲ 암살드론으로 불리는 미군의 MQ-9 리퍼. ⓒ美 인도태평양사령부
    "전자전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드론 필수적"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드론만으로는 '다양한 작전 능력'을 발휘하는 데 제한적인 만큼, 무엇보다 많은 기종의 드론 확보가 우선적이고 필수적이다. 정찰·감시 드론과 달리 기술적 한계로 공격형 드론의 전력화 단계가 전무한 이 시점에서는 국내 개발보다 육군의 '로템-L'처럼 해외에서 드론을 수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를 통해 우리 군의 부족한 부분을 잠시나마 메우고, 동시에 지지부진한 드론 기술 개발에 예산과 인력 등을 집중투자해 수요에 맞는 드론을 빠르게 전력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관동대 무인항공학과 김규범 학과장은 "무인기는 앞으로의 미래전에서 반드시 사용될 수밖에 없다. 무인기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전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작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공격형 드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학과장은 "공격형 드론도 좀 세분화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터뜨리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전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재밍'(jamming) 할 수 있는, 전자전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드론이 있으면 적 진지 후방 깊숙하게 침투해 적에 데미지를 크게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 암살드론으로 불리는 미군의 MQ-9 리퍼. ⓒ美 인도태평양사령부
    탐지는 합격점…안티드론 개발 박차

    드론이 차세대 전장에서 핵심 무기로 각광받을수록 이를 무력화하는 안티드론(Anti-Drone) 개념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드론을 막아내는 안티드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첫 단계인 '식별'에 있다. 레이더의 성능이 성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26일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서울 영공을 침범했을 당시, 이를 최초로 식별한 장비는 육군 1군단에 배치된 국지방공레이더(TPS-880K)였다. 이 레이더는 당일 오전 10시19분쯤 북한지역에서 미상 항적을 처음 포착했고, 6분 뒤 해당 항적이 남쪽으로 이동하자 육군 1군단은 이를 무인기로 판단하고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했다.

    이날 무인기 식별은 우리 군 역사상 첫 사례였다. 이전까지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실상은 당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수준이었다. 

    가장 최근 사례인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의 한 야산에서 무인기가 발견됐는데, 군이 수거해 조사한 결과 해당 무인기가 MDL을 넘은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이 무인기는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까지 내려가 일대를 촬영했으며, 북한으로 복귀하던 도중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의미에서 국지방공레이더의 무인기 식별은 앞으로의 기술 개발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체계 개발이 완료된 국지방공레이더는 3차원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로, 기존 저고도 탐지레이더(TPS-830K)보다 탐지거리가 더 길다. 방위·거리와 함께 고도까지 탐지할 수 있어 육군 군단급과 해병대 서북도서 야전부대에 2018년부터 실전배치되고 있다. 

    군은 이번 북한 무인기 사태로 실전 검증된 국지방공레이더를 확충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중기소요로 결정된 '레이더 연동 안티드론 통합 솔루션'은 앞으로 우리 군의 드론 탐지 및 대응에서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사업은 8km 전방에 비인가된 초소형 드론이 출현하면 이를 레이더로 탐지·식별해 추적하고, 3km 거리까지 다가오면 전파교란을 통해 떨어뜨리면서 작동불능 상태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다기능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카메라, 지상통제장비, 전파교란(재머)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레이더의 성능이 주목받고 있다. 시험에서는 8km 사정거리에 있는 가로·세로 28.95cm, 높이 19.8cm 크기의 드론을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레이더 반사면적(RCS)은 0.01㎡에 불과했음에도 잡아낸 것이다.

    '레이더 연동 안티드론 통합 솔루션' 정찰 능력에 주목

    최근 서울 상공을 침공한 북한 드론을 잡아낸 국지방공레이더가 식별한 무인기는 3m 크기의 소형 무인기인데, 향후 전선에 배치될 '레이더 연동 안티드론 통합 솔루션'은 크기가 10분의 1 수준인 초소형 드론까지 모두 포착할 수 있어 비약적인 기술 발전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방위사업청에서 개발 중인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은 레이더 등과 연동됐을 때 10km 이상 떨어진 조류 크기 물체를 탐지했으며, 2km 내 거리에서는 요격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까지 10여 차례 실시한 운용시험평가 요격시험에서는 100% 명중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종 평가를 거쳐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