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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는 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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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천
댓글 0건 조회 49회 작성일 25-08-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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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는 보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다

— 상징의 전도(顚倒)와 본질 회복을 위한 역사·어원·신학적 점검

0. 문제 제기: ‘보는 십자가’와 ‘지는 십자가’

예수께서는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마 16:24)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의 십자가는 장식품·부적·기업 로고처럼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십자가는 바라보는 물건이 아니라, 지는 삶이다.

1. 용어 고증: ‘막대기’였나, ‘십(十)자’였나?

(1) 헬라어 본문

신약성경은 예수의 처형틀을 주로 σταυρός(스타우로스)라 기록한다. 본래는 “곧게 세운 말뚝, 장대”라는 뜻이었으나, 1세기에는 로마의 처형틀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확장되었다. 또 다른 용어 ξύλον(크실론)은 “나무, 나무틀”을 뜻하며, “나무에 달린 자는 저주받은 자”(신명기 21:23)를 환기하며 예수의 죽음을 율법적 저주를 대신 지신 사건으로 해석하는 언어였다.

(2) 라틴어 번역

예로니모의 불가타 성경은 헬라어 σταυρός(스타우로스)를 일관되게 crux(크룩스)라 번역했다. 이 단어 역시 원래는 “형틀, 처형도구” 전반을 뜻했지만, 서방교회가 전례와 미술에서 고착시키면서 점차 “† 모양의 십자가”로 굳어졌다. 이 과정에서 헬라어의 폭넓은 의미(처형틀)는 라틴 문화권에서 특정 도상(†)으로 수렴되었다. 결국 “십자가 = †자”라는 등식이 확립된 것이다.

2. 집행 방식: 패티불룸과 스티페스

로마 형벌은 보통 죄수에게 patibulum(파티불룸, 횡목)을 짊어지게 한 뒤 처형장에 이미 세워진 stipes(스티페스, 수직목)과 결합했다. 플라우투스, 플루타르코스, 세네카의 기록은 모두 이를 증언한다. 요한복음 19:17의 “예수께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βαστάζων τὸν σταυρόν)라는 구절은 바로 이 처형 관행을 반영한 것이다.

3. 초기 교회의 상징 선택

초대 교회는 십자가 형상을 쓰지 않았다. 십자가는 로마 사회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형벌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ἰχθύς(이크튀스, 물고기), 목자, 포도나무 같은 은유적 상징을 사용했다. 일부 사본에서는 σταυρόγραμμα(스타우로그램, τ+ρ 합자)가 발견되는데, 이는 십자가 사건을 문자의 암호로 남기려는 시도였다.

4. 콘스탄티누스와 헬레나: 정치와 성물화의 시작

(1) 밀비우스 다리 전투의 환상

AD 312년, 콘스탄티누스는 전투를 앞두고 하늘에 십자가 형상과 “이 표식으로 승리하리라(In hoc signo vinces)”라는 글귀를 보았다고 전해진다. 그는 즉시 군기(라바룸, Chi-Rho)와 병사들의 방패(scuta, 스쿠타)에 그 표식을 새기게 했다. 이는 십자가가 군사적 부적으로 사용된 첫 사례였다. 더 이상 자기 부인의 상징이 아니라, 정복과 승리의 부적이 된 것이다.

(2) 헬레나의 ‘진 십자가’ 발굴 전설

그의 어머니 헬레나는 예루살렘에서 예수가 달렸던 ‘진짜 십자가’를 발굴했다고 주장하며 로마로 가져왔다. 이 사건은 십자가를 신앙의 본질에서 분리해 성물(聖物)로 숭배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다. 죄악된 인간의 본질인 우상숭배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5. 성상 논쟁과 십자가의 제도화

4세기 이후 교회는 예배당 중심에 십자가를 세우고, 성물화된 조각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8세기 성상 논쟁에서는 십자가와 성상 공경을 둘러싼 갈등이 치열했다.
결과적으로 십자가는 예수의 길이 아니라, 형상과 권력의 상징으로 둔갑해 버렸다.

6. 오늘날의 남용: ‘등록상표’가 된 십자가

오늘날 십자가는 교회의 첨탑, 건축, 목걸이, 차량 장식, 로고에 이르기까지 남용된다. 많은 이들이 십자가를 부적처럼 여기고, 심지어 교회들은 십자가를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증하는 상표처럼 사용한다.
사실상 십자가는 오늘날의 기독교라는 이름의 다국적 프랜차이즈 종교 기업이 만든 ‘등록상표(Trademark)’와 같은 지위를 누린다. 로마 시대 병사들의 방패 위 부적과 다를 바 없는, 상징의 상품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7. 해결: 형상에서 길로

  1. 용어 회복: 스타우로스(σταυρός), 크실론(ξύλον), 크룩스(crux)의 본래 의미를 정직하게 가르쳐야 한다.

  2. 상징 절제: 십자가 장식을 줄이거나 없애고, 대신 말씀·섬김·자기 부인의 길을 강조해야 한다.

  3. 주술 타파: 십자가 물건에 능력이 있다고 믿는 미신을 경계해야 한다.

  4. 부활과의 균형: 십자가는 부활로 이어지는 길임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8. 결론: 다시, ‘보는’ 대신 ‘지는’ 십자가

십자가는 장식품이 아니라 길이다. 콘스탄티누스의 군대에서 십자가는 이미 부적이 되었고, 오늘날 교회에서 십자가는 등록상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예수께서 지신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마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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