魂불 - soul fire > 사진갤러리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사진갤러리

 

魂불 - soul fire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꿀벌
댓글 2건 조회 41회 작성일 25-07-14 10:09

본문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란 얼마나 많을까.

사소한 해프닝들부터,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는 인상적인 사건들까지.

헤아릴 수 없는 그것들이 모여 삶을 이루고, 나아가서는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가치로 인정받곤 한다.

그러나 당신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란 또 얼마나 적은가.

마주한 상황이나 조건을 감수한다고 해도,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일이란 제한된 영역 안의 것이다.

이미 지나버린 일들, 금세 지나쳐버릴 순간들, 그리고 지금.

만약 그 한계를 아쉬워한다면, 남은 방법들은 많지 않다.


나는 떠났고, 보았고, 내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담아왔다.


그날, 간밤의 소란과 무더위에 지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섰다.

바라나시의 해는 갠지스 강 저편에서 이편으로 솟고, 또 기울곤 했는데 공교롭게도 비 오는 계절의 하늘은 빛의 궤적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마치 젖빛유리에 친 낡은 천조각처럼 얼룩진 빛이 한낮을 알려주었다.

걸음을 옮기자 진흙이 구둣발에 엉겨 붙었다. 좀 더 많은 비가 오면

쌓인 먼지들이 씻겨나가고, 강물은 더욱 불어나리라.

무거운 발을 털어낼 새도 없이 걸음을 재촉했다.

눈에 띌 만큼 불어난 흙빛 강물에 잠긴 가트를 등지고,

비에 젖어 번들대는 돌 바닥을 거슬러 올랐다.

골목길 어귀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람람사떼헤 (Ram Nam Satya Hai), 신은 모두에게 평등하리니.

상여를 들쳐 맨 유족들이 줄을 지어 나아갔다.

비 맞는 화장터엔 수증기가 피어올라 안개처럼 끼었다.

저편으로 나아갈 수도, 이편으로 돌아올 수도 없는 그곳에서 불길이 펄럭였고, 빗방울 타는 소리가 쉭쉭댔다.

화장터로 걸음을 내딛고 카메라를 고쳐 쥐었다.

그을음이 무리를 지어 우르르, 밀려다녔고 그림자가 물결치듯 비에 젖은 구둣발을 핥았다.

뜨겁고, 무거운 숨을 내쉴 때마다 탄내가 목을 긁어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겪었던 일이었다.

무너지는 장작더미에서 새빨간 불티가 일어섰다.

파인더 너머로, 나는 마지막 불들을 몇 번이고 보았다.

다시는 생을 거듭지 않길 바라며 다다른 자리.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숨이 가쁘다. 마치 불에 덴 듯 선명하다.

 

 

 

 

@ Harishchandra Ghat, Varanasi, India

 

 

 

 

35mm

 

 

 

 

 덧... 모든 촬영은 Permission을 득한 상태에서 촬영되었음을 밝힙니다.

추천2

댓글목록

profile_image

Sunnie님의 댓글

Sunnie 작성일

와우 !
공개 안하던 다큐작품 여기서 보네요
귀한 작품 생의 마감 한편 공유해 주어 고맙고 감동이네요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profile_image

이천님의 댓글

이천 작성일

뭔가 심오한 철학이 담긴 듯 ..... 감사합니다

 


Copyright © www.sajins.ne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