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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천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6-09-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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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돌의 비밀 — Racetrack Playa, Death Valley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깊숙한 곳에는 Racetrack Playa라는 거대한 마른 호수 바닥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평원일 뿐이지만, 이곳에는 오랫동안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흔적이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 움직이는 돌(Sailing Stones 또는 Sliding Rocks)입니다.

사진 속 돌 뒤로 길게 이어진 자국을 보면 누군가 돌을 끌고 간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주변에 사람이나 동물의 발자국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돌은 수십 미터, 어떤 돌은 수백 미터를 이동하며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이곳의 돌 가운데는 약 320kg(700파운드)에 이르는 것도 있으며, 일부 이동 흔적은 약 1,500피트(460m)까지 이어집니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여러 가설이 등장했습니다. 

강한 돌풍이 돌을 밀었다는 주장도 있었고, 진흙이나 얼음, 심지어 먼지 회오리가 원인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돌이 움직이는 순간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비밀이 풀린 것은 2013년 겨울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Racetrack Playa에 기상관측 장비와 GPS가 부착된 돌을 설치하고 오랫동안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돌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2014년 과학저널 PLOS ONE에 발표되었습니다.

비밀의 열쇠는 의외로 물, 얼음, 햇빛, 그리고 약한 바람이었습니다.

겨울에 비나 눈이 내려 Playa에 아주 얕은 물이 고이고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물 표면에 얇은 얼음판이 생깁니다. 

다음 날 햇빛을 받으면서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커다란 얼음판이 갈라져 물 위에 떠다니게 됩니다. 

이때 불어오는 바람이 얼음판을 천천히 밀고, 얼음판이 돌을 옆에서 밀면서 돌들이 젖은 진흙 위를 미끄러져 이동하는 것입니다.

놀라운 점은 돌을 움직이기 위해 허리케인 같은 강풍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연구자들이 관찰한 당시 얼음의 두께는 대략 3~6mm에 불과했고, 바람도 약 초속 4~5m 정도였습니다. 

돌들은 보통 분당 몇 미터 정도의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였습니다. 

멀리서 보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따라서 Racetrack의 움직이는 돌은 돌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바람이 돌을 날려 보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얕은 물 위에 만들어진 얇고 넓은 얼음판이 바람에 밀리면서 돌을 천천히 밀어내는 매우 드문 자연현상이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현상이 아무 때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이 고여야 하고, 밤에는 얼어야 하며, 낮에는 얼음이 적당히 녹아 갈라져야 하고, 동시에 얼음판을 움직일 정도의 바람도 불어야 합니다. 

이 조건들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돌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어떤 돌은 수년 동안 같은 자리에 그대로 머물기도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기다란 흔적은 바로 그 짧은 순간을 땅이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사막에서 가장 뜨거운 곳 가운데 하나인 데스밸리에서, 돌을 움직이는 주인공이 겨울의 얇은 얼음이었다는 사실은 Racetrack Playa의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움직이는 돌의 비밀은 풀렸지만, 그 광경은 여전히 신비롭습니다.

수년 동안 꼼짝하지 않던 돌이 어느 추운 겨울날, 얇은 얼음 한 장과 바람을 만나 조용히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물이 증발하고 진흙이 마르면 돌은 다시 멈춥니다.

그 뒤에는 자신이 지나온 길 하나만 남겨 놓은 채로.

 

Photo: Racetrack Playa, Death Valley National Park, California
Sailing Stone — 흔적을 남기며 사막을 여행하는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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