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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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천 작성일 26-06-15 19:08 조회 72 댓글 0본문
돌아갈 곳
마른 줄기 끝에 빈 껍데기 몇 개가 매달려 있다.
한때 그 안에는 생명이 있었다.
세상을 더듬고, 이슬을 마시고, 햇빛을 피해 그림자를 찾던 작은 존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남은 것은 껍질뿐이다.
우리는 종종 이것을 소멸이라 부른다.
하지만 정말 사라진 것은 무엇일까?
생명은 늘 형태보다 깊다. 몸은 남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생명은 처음부터 껍질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껍질은 잠시 머물던 집이었을 뿐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집을 짓고 이름을 남기고 무엇인가를 붙들려 애쓴다.
그러나 언젠가 모두 놓고 가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우리가 소유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 하는 질문이다.
신앙은 그 질문에 답하려 한다.
인간은 흙에서 왔지만 흙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 안에는 언제나 더 깊은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얻어도 채워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최종 목적지가 세상 안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빈 껍데기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귀향일지도 모른다. 긴 여행을 마친 생명이 처음 왔던 곳, 자신을 부르던 근원으로 돌아가는 일 말이다.
그래서 소망은 죽음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죽음 너머에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믿음에 있다.
마른 줄기에 남겨진 작은 껍질은 침묵 속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여기 남았지만, 나는 이미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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