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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를 시작하면서




사진강좌를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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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순천 작성일 2023-02-11 22:04 조회 1,48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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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좌에 부치는 

 

내가 열 여섯 살에 사진 촬영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선친에게서 선물 받은 최초의 카메라는 라이카 M3였다(사진). 

포장상자부터 독일제품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카메라였는데 렌즈의 한계 때문에 일본에서 생산하는 아사히 카메라를 사용하다가 1974년에 니콘으로 기변하여 오늘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에 이른다

 

세월이 흘러 1999년 여름에 나는 니콘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D1을 만났다. 화소가 고작 2.7 메가 픽셀이었으나 가격이 무려 1달러였다가 경쟁사의 제품이 출하되면서 5천달러대가 되었다어린 시절부터 카메라를 가까이 한 내가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니 디지털 카메라는 나에게 있어 환상의 콤비였다. 그래서 주변에 열심히 홍보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자칭 사진전문가라는 주변 사람들도 나 때문에 손에 쥔 최신 디지털 카메라가 얼마나 낯선 물건이었을지 내가 몰랐던 거였다

원성이 자자했다. 그래서 타의에 의해 강제로 디지털 카메라 사용법 강좌를 시작했다. 그랬더니 한국일보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2000년도 초봄이었다. 그래서 디지털 카메라 공개강좌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샌퍼난도 밸리에 사는 김씨(작고)가 필름사진을 강의하고 있었고, 토랜스에서는 한집사께서 필름사진 그룹강의를 하고 있던 때다. 내가 서울에서 플러튼으로 이사 와서 가입 활동했던 웨스턴사진작가협회에 디지털 카메라로의 세대교체를 제안했다가 무안당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24년 전 그 사람들은 처음 대하는 디지털 카메라를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전자이론으로 설명하는 내 강의가 무척이나 어려웠을텐데 다들 감내하고 오늘의 사진작가들이 되셨다. 하지만 요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다니는 사람들은 겉멋만 든 거 같다. 실력이 없다. 아예 없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자동화(AI)해 놓은 스마트폰 카메라와 지나친 자동화로 변질되어 버린 DSLR  카메라에 오염됐기 때문이다. 그냥 셔터만 누르면 ~’한 사진이 나오니까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철학적 관점에서 말하면 사진은 두 종류다

나 좋아 찍는 사진과 남에게 보여 줄 사진 말이다

나 좋아 찍는 사진은 그야말로 기분내키는대로 찍으면 된다

다만 그 사진은 자기만 보라

남에게 보여 줄 사진은 내가 보기에 좋은 사진이 아니라 그 사람 보기에 좋아야 한다

전문용어로 예술의 객관성이다

객관성이 고려된 경우 작품사진이라 부를 수 있

작품(作品)이란 문자 그대로 지은() 물건()”이기 때문이다

기분내키는대로 찍은 게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설계와 공정을 거쳐 만들었다는 의미다

 

제대로 된 요리를 하려면 요리 종류에 따른 레시피(프로토콜)와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진작품을 하려면 컴포지션과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과 이치가 같다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 음식은 쓰레기가 되고 만다

이건 공해(公害)

난무하는 웹사이트에 올려지는 대다수의 사진처럼 말이다

 

나는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약 14년의 이탈기가 있었다

이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오래된 사진첩 정리하는 마음으로 진정한 사진가의 길, 곧 사진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나의 평생의 사진의 궤적을 농축해 전달하련다.

 

사진작가 이천(李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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