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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꼬리에 접근해 몸 긁는 물고기




상어 꼬리에 접근해 몸 긁는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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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22-10-29 05:14 조회 2,99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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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각류 기생충이 물고기의 눈가 피부를 파고든다. 미칠 듯이 가렵지만 긁을 손이 없다. 바닥의 산호초에 문지르거나 청소 물고기가 서비스하는 곳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청소 물고기도, 산호초도 없는 대양 표면에 사는 다랑어가 가려울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리스토퍼 톰슨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대 박사후연구원 등 이 대학 연구진은 물고기 군집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전 세계 바다에서 물 속에 떠다니며 미끼가 든 통으로 물고기를 유인해 촬영하는 장치를 설치했다. 그런데 뜻밖의 행동이 눈길을 끌었다.

“커다란 황다랑어가 미흑점상어의 뒤로 슬그머니 접근하더니 상어의 꼬리에 몸을 부드럽게 문지르고 헤엄쳐 갔다. 곧이어 다른 황다랑어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고 연구자들은 전문가 매체 ‘컨버세이션’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태평양·인도양·대서양에서 촬영한 수천 시간 동안의 영상을 분석해 “이런 행동이 대양 표면에 사는 다랑어 등 대형 물고기와 상어 사이에 광범하게 나타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물고기들은 기생충이나 죽은 피부 등을 떼어내기 위해 상어를 이용했는데, 기생충이 잘 붙고 손상되면 심각한 피해를 보는 부위인 머리, 눈, 아가미덮개, 옆구리를 주로 문질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청새리상어의 하반신 주변에 몰려든 참치방어가 차례로 몸을 비비고 있다. 오른쪽 통은 먹이로 물고기를 유인해 촬영하는 장치의 일부이다. 크리스토 톰슨 제공.
물고기마다 접근 방식도 달랐다. 다랑어는 질서정연하게 상어에 접근해 줄을 지어 하나씩 몸을 문질렀지만 참치방어는 상어 하반신 부근에 무리를 이룬 다음 무질서하게 덤벼들었다.

이들 물고기는 모두 상어의 먹이인데 굳이 위험한 포식자에 접근해 몸을 비비는 이유는 뭘까. 연구자들은 “몸을 비빌 곳이 많은 산호초 주변에서도 상어가 나타나면 상어에 몸을 비빈다”고 논문에 적었다.
연구자들은 물고기가 상어를 좋아하는 것은 상어 피부가 몸을 문지르기에 이상적인 표면을 갖추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상어 피부에는 작은 이 모양의 돌기가 빽빽하게 나 있어 표면이 매우 거칠다. 산업화 이전에는 상어 껍질을 사포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
상어가 “크고 길며 유연하고, 느리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비빌 대상으로 유용하다. 물론 상어는 어디까지나 위험한 포식자여서 물고기들은 늘 꼬리 쪽으로 접근하고 덩치가 작은 물고기는 상어 대신 동료 물고기에 몸을 비비는 차선책을 택한다.
대양에서 다랑어가 주로 몸을 비비는 상어의 하나인 청새리상어. 대부분의 상어와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종이다. 호세 안토니오 길 마르티네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제는 세계적으로 상어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생충 제거는 대양 물고기에게 생존과 번식의 성공이 걸린 일이다. 기생충이 많이 생기는 눈, 아가미, 옆줄은 모두 사냥과 호흡, 유영에 핵심기관이다.
연구자들은 “만일 기생충을 제거할 상어가 사라진다면 이들 물고기는 생존과 번식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상어가 계속 줄어든다면 상어와 다랑어 사이의 관계도 사라져 생태계에 연쇄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참치를 좋아한다면 상어를 보전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셈이다.
이런 행동은 상어와 다랑어의 집단이 건강한 외딴 바다에서만 관찰됐다. 연구자들은 “상어와 물고기의 행동이 잘 나타나 해양 보호구역을 더 많이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Plos One, DOI: 10.1371/journal.pone.027545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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